사람사는 이야기/오도재

[스크랩] 사랑하는 동서가 암입니다(퍼온글인데 마음이 짜아안해서 올려 봅니다)

오도재 2010. 1. 12. 13:49

사랑하는 동서가 암입니다

내게는 동서가 하나 있습니다.
저보다 한살 위인데도 어찌나 깍듯하게 잘하는지요.

요리부터 살림까지 못 하는 게 없고
시부모님이 시키면 뭐든 달려가
'예! 어머니!' 하는 착하고 예쁜 동서.
그런 동서에게서 배울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그와 달리 저는 내세울 거 하나 없고,
가난한집에서 시집 온데다
고집은 어찌나 센지 시어머니는 늘 저에게
'친정에서 그렇게 가리키디?
친정 가서 다시 배워오라'는
소리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지요.

그럴 때마다 언제나 내편에 서서
나를 위로해 주던 고마운 동서였지요...
그래서 우리 둘은 명절날 제삿날이
빨리 오기를 기다리며 날밤을 세며
얘기해도 피곤할 줄 모를 정도였어요.

제가 임신했을 때 '시내 구경가자'며
끌고 나가 돼지갈비를 사주는데
어찌나 꿀맛이던지 20년이 다된 지금도
그 맛을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시동생부부에게 항상 고맙기만 했지요.

20년 전, 시부모 눈치 보느라
비싼 한겨울 딸기를 맘껏 못 먹는다며
몰래몰래 먹여주는데 염치 불구하고
넙죽 넙죽 받아먹었네요.
또 제왕절개로 큰 애를 낳아,
수술 후 마취가 깨지 않았을 때에도
밤새 내 옆에서 다리를 주무르고 있던 동서,

남편이 IMF 때 돈을 벌지 않아
명절날 기죽어 있을 때에도
동서는 저에게 봉투를 내밀었습니다.
많지 않지만 시부모님 드리라고...
그리고 저희 아이들에게 겨울옷까지 선물해 주었어요.
저는 동서에게 항상 '미안해! 고마워!'를
달고 살았어요.

그러나 제가 못난 탓에
아이 셋 데리고 이혼을 했네요.
벌써 6년이나 지나갔지만 우린 여전히
형님 동서사이입니다.

이혼 도장 찍고 온 그날
동서한테 전화했더니, 이해한다며
이 세상에 형님은 저밖에 없다며
엉엉 울어주던 그 동서가
얼마 전, 유방암 진단을 받았답니다.
하늘이 무너져 내리고 앞이 캄캄 합니다.
받은 것이 너무 많아 갚으려면 아직 멀었는데...

제 이혼 후, 큰며느리 노릇 하느라
이만 저만 고생이 아니었을 텐데
혼자 큰 짐 지다가 그렇게 된 것 같아
제 마음이 찢어집니다.
저도 이 세상에 동서는 딱 하나
우리 착한동서 하나 밖에 없는데
큰 도움도 못주는 제가 한심하고 원망스럽습니다.

이럴 땐 로또라서 당첨되어서
동서 뒷바라지 해주고 싶어요.
이것저것 좋다는 약 다해주고 싶습니다.
며칠 동안 잠 못 잤을 우리 동서에게
전화 걸면 눈물부터 납니다.

친정언니보다 더 잘해준 우리 동서.
빨리 완쾌되게 기도해주세요.
저는 무슨 말로 위로를 해줘야 되나
생각만 해도 눈물부터 납니다.
간신히 울음을 참으면서 전화했더니
동서는 걱정 말라고 씩씩하게 대답합니다.
그래도 전 눈물 나고 목이 메네요.

이런 일이 제 가족에게 일어나다니
정말 앞이 캄캄합니다.
사랑하는 동서야 힘내자! 틀림없이 이겨 낼거야!
앞으로 내가 더 잘 할께 빨리 나아 사랑해
정말 사랑해, 내 가슴속의 동서야!

- 진심의 정*옮김 -

출처 : 알콩달콩 사천시보건소
글쓴이 : 오도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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