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는 이야기/나의 이야기

당랑거철(螳螂拒轍)

오도재 2022. 8. 9. 16:03

퍼온글

 

당신은 사마귀라는 벌레를 아시지요? 화를 내어 팔을 휘두르며, 달려오는 수레에 맞섭니다. 제 힘으로 감당할 수 없음을 모르는 것입니다. 이런 짓은 제 능력을 과신하는 것입니다. 조심하고 신중하십시오. 스스로의 훌륭함을 자랑하여 거스르면 오래가지 못합니다.

 

장자의 당랑거철(螳螂拒轍) 우화입니다. 장자는 이 우화를 통해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려 했을까요? 달려오는 수레를 향해 팔뚝을 휘두른 사마귀 이야기는, 불의하지만 엄청난 힘을 가진 권력 앞에서 우리 개인은 한 마리 사마귀에 불과하다, 그런 현실을 직시하라, 경거망동하다가 쓸데없이 희생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힘도 없으면서 겁 없이 대드는 행동을 뜻하는 당랑지부(螳螂之斧)나 당비당차(螳臂當車) 성어도 같은 뜻입니다.

 

사마귀와 관련한 내밀한 사실 하나를 밝힙니다. 제 처지를 모르고 달려오는 수레에 맞설 만큼 무모한 성향의 사마귀에게 직업이 있다는 사실을 아시는지요? 여태까지 그의 직업에 대해 아는 이가 없었습니다. 아래와 같이 한 시인이 그의 직업이 망나니라고 폭로하기 전까지는요. 사마귀가 곤충의 목을 따는 포식자이니 그럴듯하게 들립니다. 그런데 시의 함의가 곱씹어볼수록 절묘한 데가 있습니다. 철학자는 사마귀에게서 도끼를 휘두르는 무뢰한을 보고, 시인은 여치의 목을 따고 두 팔로 기도하는 모태 신앙의 경건함을 읽어내고 있는 게지요.

 

직업은 망나니지만

모태 신앙이다

방금 여치의 목을 딴

두 팔로 경건히

기도 올린다

 

- 사마귀, 반칠환

 

#

 

우리는 너나없이 땅에서 삽니다. 그래서 땅에 넘어집니다. 실패하고 좌절하고 분노합니다. 절망하고 허망해 합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땅에 넘어지는 것은 숙명입니다. 땅에 넘어지는 것은, 땅에서 일어서는 것처럼,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땅에 넘어지는 것을 피할 수 없고, 하여 두려워할 일이 아닙니다.

나 혼자만 힘들다고요? 그럴 리가요. 우리 모두는 다 나름대로 힘이 듭니다. 다들 제 몫의 고통을 견디면서 살아가는 것입니다. 자신이 느끼는 고통의 질량만큼 다른 사람도 힘이 듭니다. 명심하십시오. 혼자 힘으로 땅에서 일어서는 사람만이 자기 삶의 온전한 주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넘어지면 일어서라.

또 넘어지면 또다시 일어서라.

그러면 네가 설 곳이 있으리니.

 

나로서는 이준석을 볼 때 재승박덕(才勝薄德)하다고밖에 평할 수 없어 유감입니다. 재주는 차고 넘치나 덕은 찾아보기가 어렵지요. 하지만 젊은 정치인입니다. 그가 한 번 땅에 넘어졌다고 해서 아주 주저앉지는 않았으면 좋겠군요.

편지글이 한자교실처럼 된 데다 정치적 색깔도 살짝 입혀진 듯합니다. 혜량하옵고, 더운 날씨에 건강관리 유념하시면서 늘 건승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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