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빨래하다 소박데기 십년.
열여섯 꽃나이 규수가
일곱 살짜리 코흘리개를 신랑으로 맞습니다.
번거로운 초례청 격식이며 얼굴에 모닥불을 지피던 신방치레며...
꿈결에 흘러간 사흘 -
그러나 정작 괴로운 일은 이제부터.
열여섯해 정든 집 떠나 시집살이 첫날, 호랑이 시어머니
여시 시누이의 사나운 눈총속에 폐백절만 무려 일흔 일곱 번인데 -
이를 어쩌랴, 엎친데 덮친다고 때도 아닌데 그만 터졌습니다.
친정 떠날 때 꾸려온 <서답 (빨래의 충청도 사투리로
(개집(생리대))이란 말이 천박하다 하여 별명으로 불림)> 꾸러미 덕분에
급한 불은 껐지만 갈무리며 빨래며
뒤치다꺼리에 동동 발을 구른 새댁.
투정하는 아기신랑을 겨우겨우 잠재운 새벽녘.
이때다, 행여 들킬세라 뒷곁 우물가로 달려가 <서답>을 빱니다.
그러나 아차, 소피보러 나온 신랑녀석,
<여우귀신 나왔다!>며 혼비백산.
시어머니 방으로 도망가 버린 뒤 - 독수공방 십년.
곱던 손때깔 솥뚜겅이 되어서야 배게를 나란히 하게 되었지만
그 사이 앓아온 냉가슴, 눈물진 사연을
누가 헤아릴 수 있겠습니까?
그때부터 <밤 빨래하면 동네 초상난다>는 돌림말이
생겼는지 모를 일입니다.
그러나 세월도 달라져 <패드>가 <서답>을 대신하게 되었고,
그것도 옛 이야기가 된 지금은 <탐폰>이라는
새롭고 과학적인 생리기구가 세계적으로 유행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참-편리해진 세상입니다.
[출처] [개짐]이 뭔줄 아시면, [서답]도 아십니까? |작성자 인터뷰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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